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행복 느끼기 - 프롤로그

2013. 1. 31. 19:39 by 유유(유즈유저)

프롤로그


깜깜하고 조용한 어느 일요일 저녁.


저는 거실 소파에 엉덩이를 쭉 빼고 앉아 있습니다. 아내는 그런 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서 책을 보고 있습니다.


맞은편 TV에서는 유재석을 비롯한 몇 명의 연예인들이 자신들만의 룰을 만들고 낄낄거리며 달리고 있습니다.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그러하듯 여러 우여곡절 끝에 미션을 완벽히 성공시킵니다.


TV프로그램이 끝난 후, 한 시간 반 동안 가만히 앉아서 쳐다만 보고 있었던 제가 왜 뿌듯한 지 모르겠습니다. 마치 제 인생의 숙제도 하나가 클리어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.


그런 작은 허무함 뒤에 갑자기 내일 월요일이 생각납니다. 지난 주 밀린 업무, 그리고 이번 주 계획이 교차됩니다. 그러다 결국 제 머리 속은 내일 아침 업무회의가 있을 회의실로 바뀝니다.

"열여덟...... ...... ...... (헉!)"


일부러 한 거 아닙니다. 전 평상 시에 욕설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. 아마 지금은 그냥 제 몸이 나쁜 세균 내뱉 듯 본능적으로 뱉어낸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.


하지만 쌩뚱맞은 저의 행동에 아내가 놀랐을까 봐 걱정은 됩니다. 역시나 아내는 갑작스러운 숫자에 놀라 황급히 고개를 뒤로 젖힙니다.

"왜? 왜 그래?"

"아니야 아무것도......"


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. 아니, 변명한다고 어설프게 말을 늘어 놓으면 왠지 아내가 더 걱정할 것 같습니다.


그런데 아내는 무슨 꿍꿍이가 있는 듯 웃으며 묻습니다.

"자기야. 우리 마음대로 한번 살아볼까?"